▲ ‘벌레막장’ 전시 포스터

[윤수지 기자] 설치미술 및 행위예술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는 언덕작가의 퍼포먼스 개인전이 부산에 위치한 openarts space MERGE?머지에서 8월 15일 오프닝 솔로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8월 24일 클로징 그룹 퍼포먼스로 마무리 된다. 그 사이 퍼포먼스 도큐멘타 사진전이 함께 있을 예정이다.

‘벌레막장’은 개인전이라는 타이틀을 쓰고 있지만 언덕 작가를 포함, 김나율, 소행, 김란, 지킬, 김다형, 이정민, 김현서, 김연진 등 총 9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동참하여 퍼포먼스를 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거기에 남상욱 김상덕 사진작가들과 이재웅 영상작가가 사진과 영상 촬영으로 전시에 힘을 실었다.

퍼포먼스는 서울 성수동 재개발지역에서 주로 진행되었으며 openarts space MERGE?머지에서는 그동안 실내외에서 진행된 퍼포먼스의 사진들이 전시된다.

서울 성수동 재개발 지역에서 촬영한 퍼포먼스 도큐멘타 사진전과 이를 전시장으로 옮겨온 라이브 퍼포먼스가 어떤 내용 어떤 형식으로 관객들을 맞이할지 기대가 된다.

언덕 작가의 작업적 특징은 본인이 시를 쓰고 그 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예술적 영감을 주는 장소에서 퍼포먼스 또는 전시를 하며 그 장소에 관객을 초대하는 형식으로 관객들과 소통을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에서 개인전도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되었다. 2019년 ‘부산국제OPENARTS레지던스’에 참여했던 경험과 거대 자본과 인구가 몰려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젠트리피케이션 앞에서 무력한 군중들의 비참함 그 속에서도 예술가들이 자본에 이용당해야하는 현실을 지켜보며 느꼈던 작가로서의 자괴감이 이번 전시의 철학적 바탕이 되었다.

이번 개인전 <벌레막장>은 작년 8월 9월 부산 꽃마을에 위치한 ‘문화창작공간ARTinNATURE’에서 머문 경험에서 영감 받아 2019년에 발표한 <벌레는 벌레보다 아름답다> 퍼포먼스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2019 ‘부산국제OPENARTS레지던스’가 열리는 꽃마을에서의 첫날밤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첫 날밤 온갖 벌레와 숲속의 고라니의 울음소리로 몸이 뚫릴 것 같은 두려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다고 한다. 잠들기 전 두려움에 뿌려 놓았던 살충제들로 인해 다음 날 아침은 ‘벌레들의 마지막 장’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숙소 바닥에는 온갖 종류의 벌레들이 죽어있었고 매일 아침 그 벌레들을 모으며 관찰해보니 하나 하나 그들만의 모양과 색을 가지며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 벌레들을 더 가깝게 관찰하기 위해 몸을 낮추면 더 작은 벌레들을 볼 수 있었고, 작가 자신의 몸과 마음은 벌레를 위해 기도하는 자세로 죽은 벌레들을 보고 있었다. 고 한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들 가지고 고향인 서울로 돌아갔고 시간이 지나 2020 서울 성수동의 이색적인 카페와 작은 갤러리들을 지나는데 그 뒤로 공장지대가 나오더니 곧 마을 전체가 폐허로 둘러싸여 초토화가 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언젠가 이곳의 작은 갤러리에서 그곳의 예술가들과 창작활동을 하고 싶다’는 작가의 생각은 폐허가 된 마을에서 퍼포먼스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의 감정은 이곳도 자본에 의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나의 작은 꿈을 빼앗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도시라는 살아 있는 유기체가 난도질 당한 채 죽어가는 도살장 같았다’고 회상했다.

거대 자본이 점령하고 있는 도시에서 싼 임대료를 찾아 나선 젊은 예술가들은 자연스러운 연대를 형성하여 슬럼화되고 낙후된 마을을 찾아 정착을 하면 그 곳은 얼마지 않아 생기를 찾고 관광객들이 모이는 상업지구로 변모를 한다. 결국 대형 프렌차이즈 기업이 들어서고 아파트를 짓는다 거대 자본에 내몰린 원주민과 예술가들의 삶이 부산 꽃마을에서 봐 왔던 벌레만도 못하게 보이는 순간이였을 것이다.

언덕작가는 젊은 작가로서의 꿈과 희망이 점 점 더 작아지고 사라져가면서 벌레만도 못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자신’과 예술 ‘재난민의 막장’을 위해 기도하는 자세로 전시를 준비했다고 한다.

8월 15일부터 시작되는 언덕 작가의 퍼포먼스 개인전에서 2020년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작가들의 고단한 삶의 일부와 그 것을 창작 행위로 풀어내는 ‘예술의 힘’을 이번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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