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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전격 사의…한일관계 재정립 기회로 작용하길

기사승인 2020.08.30  01: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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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어 지병을 이유로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앓아 온 궤양성 대장염이 도져 총리직 수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재집권한 후 7년 8개월 넘게 연속 재임하며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새로 썼다. 재임 기간은 1차 집권기(2006년 9월 26일∼2007년 9월 26일)까지 포함해 8년 반을 넘겼다. 전후 최연소 총리로 취임했다가 조기 퇴진한 후 재집권한 아베 총리는 '아베 1강'으로 불리는 독주 체제를 유지하며 집단자위권 법제화 등 여론이 반대하는 정책도 밀어붙였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대한 여론의 비판, 전후 최악의 경제 성장률 등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데다 지병까지 겹쳐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의 사퇴가 우리에게 더욱 주목되는 것은 그가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국제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경제 보복 조치를 가하는 등 역사 문제에 초강경 태도를 보여 와서다. 한국에 대해 압박 정책을 고수한 아베 총리의 퇴장이 어떤 식으로든 한일 관계에 새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아베 총리 재임 시기에 한일 관계는 과거사 충돌에서 시작해 경제, 안보 분야에 이르기까지 출구가 좀처럼 안 보이는 최악의 수준에 머물렀다. 일본은 한국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어기는 등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하지만, 갈등의 근본 원인은 아베 정권의 과거사 부정과 책임 회피에 있다. 아베 정권이 과거사 반성을 외면하며 고수해온 역사 수정주의와 우경화 정책이 국제사회뿐 아니라 자국 내 양심 세력에 의해서도 줄곧 비판을 받아 온 이유다. 관계 경색을 촉발한 대표적인 조치는 지난해 7월 아베 정부가 발표한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의 수출관리가 부실하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다. 개인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은 과거 일본 고위 당국자도 인정한 바 있는데도 아베 정부는 막무가내로 나오며 대화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선 아베 총리가 자국 내 혐한 분위기를 등에 업고 의도적인 '한국 때리기'로 지지율 관리를 해왔다는 지적도 일었다. 일본 전범 기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세계무역기구(WTO)에 분쟁 해결을 위한 패널이 설치되는 등 두 나라 갈등은 현재진행형이고 해소의 길도 요원하기만 하다. 한일 관계에서 새로운 전환점과 동력이 없이는 해결이 난망한 국면이다.

이제 주요 관심은 아베 후임자가 누가 될지에 쏠린다. 의원 내각제를 채택 중인 일본에선 다수당 총재가 중의원 투표로 결정되는 총리직도 맡는다. 새로 선출되는 자민당 총재가 새 총리가 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포스트 아베' 후보로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이 거론된다. 누구든 새 총리가 되면 외교정책 전반을 재점검하고 주변국과의 관계에 신경을 쓰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자민당 집권 체제가 공고한 일본의 정치 구도와 한국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하면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고 한다. 현실이 그렇다고 해도 일본 총리 교체를 큰 의미가 없는 변화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한일 관계의 현주소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두 나라 모두에 어떻게든 출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 직후 새로 선출될 일본 총리, 내각과 우호 협력관계 증진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 총리의 사임이 한일 관계의 주요 변곡점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일본 정국 변화에 따른 분석과 대응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일본 차기 총리와 내각의 진정성 있는 역사관과 책임 의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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