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황정일 칼럼] 2054년 대선판?

기사승인 2021.06.22  20:13:02

공유
default_news_ad1

- 픽션(fiction)은 픽션일 뿐이다

황정일 논설위원

2053년 10월 늦은 오후의 서울 여의도.

하늘은 쨍 깨질 듯이 맑다. 살랑대는 바람은 달콤하고 햇빛은 고소한, 그런 날이다.

불구하고 육준서는 머리가 뿌옇고 띵하다. 작금의 정국이 엉망 지랄이다. 풀어 나갈 묘수가 안 보인다. 좀체로. 아 씨. 애꿎은 볼펜만 빙빙 돌아간다.

그는 32년 만에 다시 나온, 보수 정당 국민당의 30대 대표다. 좀 전에 비서실장으로부터 받은 문자가 그를 짜증나게 하고 있다.

[익일 오전 8시까지 엠바고] 유성렬 32.5%, 추래애 25.5%. 석재명 10.1%, 류우민 3.2% 모르겠음 28.7%. 자당(自黨)의 대선 후보, 류우민의 지지율이 별짓을 다해도 제자리다.

32년 전. 최초의 30대 보수 정당 대표가 탄생했을 땐 말도 마라. 분위기 직였단다. 용광로가 미지근할 정도로 뜨거웠다니깐.

꼰대들이 분탕질 해 놓은 대한민국 정치 문화를 푸르고 싱싱하게 확 바꾸어 놓을 거라는 기대가 천장(天障)을 뚫고 하늘을 찔렀다.

덤으로 정권 교체는 따 논 당상이었다.

에누리 없는 배차 시간이 문제였다. ‘버스’에 올라타지 못한 당 밖의 유력한 대선 후보가 스스로 깃발을 꽂으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판때기가 양자에서 삼자 구도로 바뀌면서 여당 후보가, 2등과는 27만 표의 차이로 신승을 거둔 거다. 김대중이 이회창을 이긴 39만 표보다 그 차이가 적다니. 여당으로서는 뜻밖의 횡재였다. 죽다 살은 거다.

최초의 30대 대표는 꼰대들로부터 패배의 원흉으로 몰렸고, 기대했던 정치 문화의 혁신도 물 건너가면서 30대의 첫 실험은 1년여 만에 막을 내렸다.

신승을 거둔 여당은 그 기세를 몰아 쭉 쭉 쭉. 현재 탄핵만 없으면 37년 정권 확보다. 민란(民亂)이 일어날 수준의 실정(失政)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정권은 이어지는데,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 국민은 참 착해서’이다. 더하여 보수 야당의 무능과 지질멸렬이 양념으로 추가된다.

사실 2021년말에 경청동지(驚天動地)할 일이 정치권에서 일어났다. 대통령 임기 4년 이연임(二連任) 개헌을 한 거다.

더욱 놀랄 일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 단체장 등 제각각이었던 각종 선거일을 한날로 통일하고, 투표일을 하루에서 이틀로 늘린 거다. 21대 국회의원 전원이 자신의 임기를 절반가량 반납하는 ‘통 큰 양보’를 바탕으로.

재정 전문가는 이로써 4년마다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의 국가 예산이 절감되는 효과가 생기게 됐다고 했다. 이틀간은 축제의 날이 될 거란 전망과 함께.

국민들은 환호했다. 국민 밉상 국회의원이 하루아침에 국민 곱상으로 전격 등극했다는 평이 일간지 사설에 실렸다.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연임이 원인이었을까? 정권은 바위덩어리 마냥 좀체 그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세월은 흐르고 실정도 이어진다.

32년 만에 다시 돌풍이 일었다. 진원지는 30대 당대표가 아니다. 당 밖의 58세 노총각인 사회학과 교수 유성렬이다. 그는, 시대정신은 ‘특권 타파’다 주장하며 혜성(彗星)처럼 등장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회는 더럽게 불공정하다. 건넛방 애들은 우유로 목욕을 하는데 우리 집 애새끼들은 마실 물이 없어 매일 징징이다. 분배와 공정을 주창했던 정권이 오늘로 36년차인 데도 말이다.

이놈 저놈 시대정신은 공정과 격차해소다 십 수 년간 외쳤지만 턱도 없었다. 오히려 커녕이었다. ‘해소’라는 단어는 오래전에 해우소(解憂所)에 빠져버렸다.

게다가 10년간의 갑론을박 끝에 시행된 기본소득제(基本所得制)는, 22년 동안 무용지물(無用之物)도 이런 무용지물이 없다는 지적이다. 덕분에 나라 곳간만 거덜 났다.

사회학자 유 교수는 다른 진단을 내린다. 좁아터진 대한민국에 온갖 특권 특혜는 수천수만을 헤아린다고. 그것이 수천만 수백만의 불공정을 낳는다고. 그 결과 국민 삶의 격차는 이역만리 벌어졌다고.

불요불급하나 관행처럼 이어 온 특권 특혜를 하나하나 혁파하자. 그의 치료법이다.

▲대통령 사면권 제한

▲대통령 퇴임 후 사저 및 경호 예산 대폭 삭감

▲대통령 직속 의전(儀典)혁파원 신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국회의원 보좌진 운전기사로의 활용금지, 차량운영비 지원 철폐 ▲국회의원 공항 및 교통수단 이용에 있어서의 특혜 철폐

▲국회의원 기타 불요불급한 특혜∙특권 철폐를 위한 법 제정

▲국회의원 4선 금지

▲공직자의 관용차 사용 직급 범위 대폭 축소

▲모든 관용차 경차로의 전환

▲관용차의 출퇴근 사용 금지 및 운전자 국가 예산으로 배정 철폐 ▲공직자 뇌물수수∙불법 부동산투기 등의 경우 이익금의 10배 환수 및 법정최고형 적용 등등

고위 공직자는 ‘명예’로 먹고 살라는 뜻이다. 돈을 벌려면 장사를 하고 권력을 갖고 싶으면 일반 국민이 되라는 거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니.

그 외에도 종교 집단 세금 부과∙군부대 성범죄∙언론 부패∙입시비리∙남녀 임금 차별∙갑질 문제 등과 관련해서, 누구에게는 무시무시한 정책들을 억수로 쏟아 낸다.

시사프로에서 그를 모신다. 국회의원이 미워요? 곱상이 다시 밉상 된 지도 벌써 20년인데요. 4선 금지는 왜? 안 하자나요 일을 너무. 그래도 근거가? 대통령은 2번, 시장이나 도지사는 3번만 하자나요. 그래도 쫌 그런 거 아닌가요? 초선이나 재선 때는 그나마 일을 합니다. 일부가. 그런데 3선 4선 되자나요 일 안 해요. 아니 딴일 합니다. 딴일 이라니요? 국민 보탬 되는 일은 안 하고 본인 보탬 되는 일에 혈안이죠. 구체적으로?

“시장(市長)이다 도지사(道知事)다 대통령이다 뭐 이런 거 넘보면서 일은 안 합니다. 상임위 활동도 잘 안 합니다. 격이 안 맞는 데요 글쎄.

외교통상위에 왜 다선(多選)이 많은지 아세요. 거긴 우아하게 머릿수만 채우면 되요. 심심하다 가끔 한마디 하고. 이런 분들을 왜 국민 세금으로 사무실도 주고 월급도 주고 그럽니까? 3선 금지가 아닌 게 다행이죠”

되우 과격하다. 허나 ‘착하고 배고픈’ 국민들은 배설구를 찾았다. 환호하고 열광할 밖에.

처음 국민들은 유 교수를 이상한 눈으로 봤다. 왜 아직 총각이야. 성격에 문제 있는 거 아냐. 입성은 왜 이리 후줄근해. 생긴 게 딱 방통이네.

흙수저로 태어나 38세에 교수 명찰을 단 그다. 20여 년간 교수직을 하면서 쌓은 거라고는 정릉의 19평짜리 아파트 전세금 6천만 원과 22년 된 낡은 경유차 한 대라는 사실을 알고는 국민들은 열광했다.

그가 다달이 벌어들이는 돈의 30% 남짓이 월세로 빠져나가니 여자가 있을 리 없다는 추리에 국민들의 동정표가 쏟아진 거다.

이런 삶에 특권은커녕 불법과 비리가 끼어들 틈새는 없다는 분석이 박수갈채를 끌어 낸 거다.

57세 석재명은 한때 선두를 달리던 여권 주자다. 세상을 읽는 영악한 눈과 치고 빠질 줄 아는 민첩한 팔다리, 촌철살인 하는 입담으로 지지율 30%를 찍은 적도 있었다.

기세가 범여권에선 가히 으뜸이었다. 한물간 여배우와의 스캔들도 그 서슬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내 경선이 연기되기까지는 그랬다.

뭐 이런 놈의 집구석이 다 있어. 원칙이고 나발이고 도통 없네. 제길헐, 탈당할란다.

당내 경선을 연기한다는 방침이 결정된다. 상대를 이기기 위한 전략이란다. 육실헐, 바로 당에 감자를 먹이고 뛰쳐나온다. 30%의 지지율을 밑천 삼아 홀로 대박을 꿈꾼 거다. 오판이었다.

손바닥의 모래알이 실실 빠지듯 지지율이 빠지더니 10% 대 전후를 오르내리고 있다. 젠장, 몸놀림이 너무 민첩했나?

추래애는 전직 법무부 장관이다. 대통령에게 ‘엉까는’ 검사 한 놈을 흠씬 두들겨 팼더니 바로 대권 주자 반열에 올려 준다. 누가? ‘대깨부대’가. 대깨부대가 뭐야?

대깨부대는 ‘대깨짱(張) 문자폭탄 부대’의 약칭이다. 32년 전에 대깨문 문자폭탄이 있었다. 아니 그 전부터인가. 암튼.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어느 한 놈 대통령을 욕하거나 아니, 이름 끝에 님자(字) 하나 안 붙여도 아주 문자로 아작을 냈다.

벌집 건드려 벌떼에 쏘인 적 있어? 나는 없다. 꼭 그런 맛이란다. 죽음이겠다. 그 이름 국정 교과서에 오를 뻔도 했다.

한때 자성(自省)도 있었다. 문자폭탄은 부메랑이 될 거다. 결국은 대통령도 민주당도 다 죽일 거다. 온전한 자의 한마디로 집단 실성의 포악을 막지는 못한다.

그 후에도 머릿수는 줄었지만 포악의 명맥은 찬란히 유지된다.

대깨리(李차)-대깨팍(朴)-대깨로(盧) 그리고 지금 대깨짱(張).

언제쯤인지는 나도 너도 잘 모른다. ‘대깨’의 의미가 바뀐 게. 대깨문을 풀자면 ‘내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아닌가. 공격적이 됐다. ‘상대방의 대가리를 깨자’로. 해서 대깨짱보다는 ‘대깨부대’로 불리기를 좋아 한다. 피해 호소인이 가해자로 변신한 거다.

어쨌든 추래애의 지지율, 시작은 미미했다. 0.9%. 끝은 창대하리라? 얼씨구, 마(魔)의 5%를 뚫더니 10%, 20%를 거듭 넘는다. 시방은 명실상부 1-2위를 다투고 있다.

“오예에 아일 테엘유 썸싱∼ 아씬 뀰 언더스텐∼ 웬 아 세 닷 썸싱∼ 아 워너 홀 여 핸....”

육 대표의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다. Beatles의 I wanna hold your hand 노래가 분위기를 깨면서 경망스럽게 울린다. 한 달 전에 바꾼 거다.

“여보세요”

“예. 준서 대표, 큰일 났어요. 11명이 또 탈당한데”

허걱. 설상가상(雪上加霜)에 첩첩산중(疊疊山中)이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유성렬 후보의 국민당 입당은 다 된 밥이었다. 희희낙락(喜喜樂樂). 핸드폰의 신호음도 Queen의 We are the Champion 이었다.

막말의 대부 홍차민(洪車閔) 전 의원의 복당이 화근이었다. 유성렬 궤도 이탈의 도화선이 된 거다. 제대로 코를 빠트렸다. 이후 청룡열차의 내리막길이다. 거침이 없었다.

“의정활동은 어케 하라고” “기사 없이 운전을 내가 하리” “공항에서 노룩 패스는 다 했네” 등등 ‘유성렬 나쁜 놈’하고 토해내는 당내 국회의원들의 비난이, 내려가는 청룡열차의 선로에 윤활유를 친 격이 됐다.

비난의 이유는 짐작하다시피 “우덜 특권과 특혜는 왜 까고 지랄이야” 다.

유성렬이 딴 살림을 차리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국민당 소속 국회의원 41명이 그의 안방으로 ‘헤쳐모여’ 한다.

반쯤은 그의 주장에 공감한 자요 반쯤은 집권여당 쫌 해보자는 모리배다. 우야든 달랑 불알 두 쪽이었던 유성렬의 집에 느닷없이 소가 들어 왔다.

해서 민주당 162석, 국민당 71석, 이름만정의당 15석, 이름도불의당 11석 그리고 유성렬을 대장으로 하는 국민연합 41석. 국민당으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꿩 대신 닭이다. 나재형 전직 국세청장을 잡았다. 육 대표는 닭이 날 살리는가 싶었다. 잠깐 빤짝이었다. 국민당 내 텃새들이 다구리를 진하게 놓았다. 한두 방은 그래도 견뎠다. 사정없는 몰방(沒放)에는 혀를 내두를 밖에.

국민당 대선 후보로 류우민이 우뚝 선다. 국민 지지율 3.54%로. 그래도 좋텐다. 색종이 날리고 깃발 휘날린다.

와중에 국민당 모리배들이 한 명 두 명 유성렬 집 담을 넘어 기어들어 가더니, 오늘 또 11명이 집단으로 탈당을 한다는 거다.

그럼? 국민당 55 국민연합 57. 역전이네. 육 대표의 머리카락이 한 움큼 또 빠진다.

“아 뭐야. 국회 축구 동호회 소속인가? 나도 넘어가? 그건 아니자나. 곧 죽어도 혁신의 화신인데. 명분 없이 잡배처럼 넘어가면... 개쪽이지. 아, 그래도 잡고 싶다, 성렬이 성 손을...”

한 달 전에 I wanna hold your hand 로 바꾼 이유다.

지지율 그대로, 어수선하게 한 해가 갔다. 육 대표로서는 막판 뒤집기 카드가 필요했다. 연말에 제갈종민 할배 집에 찾아갔다. 보리굴비 한 뭇 들고.

날 보러 와요 날 보러 와요. 종민 할배 핸드폰이 울린다. 저어, 집 앞입니다. 문 좀 열어 주세요. 오라는 놈은 안 오고 애꿎은 놈이 오네.

노여움 푸시고 다시 함 밀어주세요. 안 돼. 제발요!!! 나 삐졌어, 느들하곤 인제 안 놀아. 퇴짜 맞고 다른 거 뭐 없나 기웃거리던 중, 신년 벽두에 큰일이 터졌다.

윗동네 김정은이 서거(逝去)하셨다. 진즉 건강에 망조가 나 자리보전한 지 십 수 년. 구백 년 묵은 백두산 산삼을 먹었나. 까무러칠 듯 말 듯 질기게 버텨 오다 새해를 밝히고 여드레 날 북망산에 올랐다.

돼지 잘 죽었다 반기는 사람이 많다. 인제 어카지 우려도 적지 않다. 이게 기횐가 위긴가? 육 대표는 도통 맥을 못 잡는다.

36년을 달려 온 좌파 정권을 따로는 ‘펠레정권’이라 칭한다. 왜 있잖은가. 펠레의 저주. 예측하면 정반대로 된다는.

36년간 그랬다.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면 집값이 막 오른다. 공정을 얘기하면 불공정이 봇물 터진다. 격차 해소 읊조리면 붙어 있던 가랑이도 쫙 벌어진다.

남북관계도 예외 아니다. 뭘 할라치면 관계는 더 뒤숭숭해진다. 면구쩍지도 않은가. 그래도 호떡집은 불이 또 난다. 조문단을 보내야 한다. 총리급이 좋지 않겠냐. 육로로 갈 거냐. 설레발이 찬란하다. 위로부터 돌아온 건 No Thank. 해서 심심하고 심심한 애도만 애타게 표한다.

[익일 오전 8시까지 엠바고] 유성렬 34.8%, 추래애 33.5%. 류우민 13.9% 모르겠음 17.8%.

윗동네 효과인가. 국민당 후보의 약진이 눈에 띈다. 근데 어딘가 불안하다.

잠깐, 석재명은 어디 갔냐고. 그는 예의 문자폭탄에 그만 두 손 두 발 다 들고 자진 사퇴했네요.

좌파정권 50년의 금자탑, 석(石)가 니 놈 땜에 코앞에서 무너지게 생겼다며 온갖 쌍욕에 위협, 협박, 공갈. 결국 당으로 복귀한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석고대죄 하니 폭탄부대가 사면의 은총을 내린다.

번갯불에 콩 볶듯, 추래애 후보와 단일화 무대에 전격적으로 오른다. 울며 겨자 먹기로 그녀의 손을 들어 준다. 오늘따라 왜 이리 손이 고와요그래. 아픈 만큼 성숙했나. 평소 까랑까랑했는데 대박 폭탄을 맞더니 야들야들해졌다. 암만 속에서는 피똥이 철철 나겠지.

추보다는 석이 훨 낫던데. 그러게 말이야. 뒷담화가 무성하다. 해도 어쩌지는 못한다. 놓은 화살이요 떠난 님이다. 이놈으 집구석 문자폭탄 땜에 언젠가는 폭망할 겨. 짜장 맞는 말인데 공허하다.

기실 추래애는 내 편에서는 박수갈채요 네 편에서는 손사래다. 불편부당(不偏不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을릉 군수 송만호. 대통령 처삼촌이다. 임마가 군수 선거에서 야로를 부렸다. 검찰이 수사에 나선다. 수사 하지마. 당시 법무장관 추래애 한마디에 수사는 엎어진다. 청와대는 표정 관리 하고 국민은 쌍욕을 한다.

사례는 많다. 교수들과의 대담 자리다. 정권의 정책을 비판하는 유성렬 교수를 향해, “그만 하시죠. 좀스럽게” 한다. 한마디 더 하려고 하자, “감히, 장관이 말하는데 교수가 싹뚝 잘라먹고...” 하면서 책상을 쿵쿵 친다. 잘라먹기는 지가 잘라먹었으면서. 이후로 추래애는 ‘싹뚝장관’이 된다.

아무튼 덕분에 추래애의 지지율은 급상승한다. 이후 유성렬과 추래애는 오차 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둘은 부모 죽인 원수처럼 으르릉 거린다. 오차 범위를 훨씬 넘어서.

“준서 대표, 함 봅시다”

“네....알겠습니다. 거서 뵙죠”

전직 국민당 사무총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얼마 전에 국민연합으로 넘어간 모리배다.

긴히 상의할 게 있다니 만나는 보죠 뭐. 그래도 예민한 시긴데...! 뭐 밑질 건 없쟈나요? 그래도...! 별일 없을 거에요. 다녀와서 말씀드리죠.

성실하게 국민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비서실장의 우려를 뒤로 하고 육 대표는 약속 장소로 향한다. 따릉이를 타고. 혹시 알아, 동아줄이라도 내려줄지.

32년 전 얘기는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귀에 굳은살이 앉을 지경이다. 30대 초대 대표. 나의 사수. 정권 교체 못 했다고 개 쫓기듯 쫓겨난.

어떤 이는 회상한다. 처음 그를 보고 10대 미소년인 줄 알았다고. 말도 씽씽 행동도 씽씽, 그야말로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파닥파닥 푸르푸르 했다고.

실패의 뒤안길은 쓸쓸했다. 1년 만에 폭삭 늙어 뒤꼭지는 50대 이상이었다나 뭐라나. 약속 시간보다 5분 일찍 왔네. 역시 따릉이. 카페 앞에 걸린 거울을 본다. 어휴, 두 달 만에 아주 삭았네 삭았어.

“우리당으로 애들 데리고 들어오지”

뭐야 이거. 깜빡이도 안 켜고 훅 들어오네. 그리고 애들이라니. 언제 용돈 함 줘 봤니. 말은 또 왜 이리 짧아.

“근데, 그게 그러고 싶어도...류우민 후보가 반대하지 않을까요?”

“그건 걱정하지 마. 우민이 하고는 얘기 다 됐으니깐”

허. 너구리같은 꼰대들. 지 살길은 아주 진즉에 다 파 놓았네.

“당 이름은 그럼......”

“국민당이 국민연합으로 들어오는 거자나. 그러니깐 국민연합이지, 연합....”

“쩝....”

“이미 게임 끝인데 너무 밀당은 하지 말자, 준서야. 소값은 내가 섭섭하지 않게 잘 쳐줄게”

D-30일. 국민연합 청년위원장실.

육준서가 책상에 앉아 방금 온 문자를 본다.

[익일 오전 8시까지 엠바고] 유성렬 41.8%, 추래애 40.5%. 모르겠음 17.7%

그래도 이게 어디야. 누구처럼 퇴출은 안 당할 거자나.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자. 나이도 아직 창창하니깐. 육준서는 누가 이기든 별무 상관이다. 이기면 이기는 대로 고민이 있고, 지면 지는 대로 행복이 있는 법. 내 살길은 내가 찾는다. 빨강색 볼펜이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현란하게 돌아가고 하늘은 여전히 쨍하고 맑다.

황정일 논설위원 hemo@newsfinder.co.kr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