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월드시리즈 4차전.

컵스의 열렬한 팬인 빌리 시아니스는 가족처럼 아끼던 '머피'라는 이름의 염소의 표까지 구매해 리글리 필드에 입장했다.

▲ 5회 솔로포를 터트린 컵스 앤서니 리조.

주위의 팬은 '냄새가 난다'며 불평했고, 시아니스와 그의 염소는 함께 야구장에서 쫓겨났다.

이때 시아니스는 "망할 컵스는 다시는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하며 구장을 떠났으니, 바로 '염소의 저주'다.

이제 컵스는 71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컵스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 4승제) 6차전에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상대로 5-0 완승했다.

이로써 컵스는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1945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컵스는 1회부터 기세를 올렸다.

경기의 첫 타자 덱스터 파울러가 우익 선상 2루타로 출루했고,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우익수 앞 안타로 주자를 홈에 불렀다.

무사 1루에서는 앤서니 리조의 평범한 외야 뜬공을 다저스 좌익수 앤드루 톨레스가 어이없이 놓쳐 2, 3루가 됐고, 컵스는 벤 조브리스트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보탰다.

분위기를 제압한 컵스는 2회 2사 2루에서 파울러의 좌익수 앞 안타로 3-0으로 달아났고, 4회에는 윌슨 콘트라레스의 솔로포가 터졌다.

5회에는 앤서니 리조의 결정타가 터졌다.

리조는 2사 후 1점 홈런을 날려 5-0으로 달아나 승기를 굳혔다.

컵스 선발 카일 헨드릭스는 7⅓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해 2차전 패전의 아픔을 씻었다.

타격감을 되찾은 리조는 2안타 1홈런, 콘트라레스도 홈런 1개로 커쇼를 무너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 5이닝 5실점으로 무너진 다저스 선발 클레이턴 커쇼.

다저스 역시 1988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 나가지 못했다.

이날 다저스는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를 내세웠지만, 커쇼는 5이닝 7피안타 2피홈런 5실점 4자책점으로 무너지며 또 한 번 포스트시즌에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저스 타선은 단 2안타에 그치며 리글리 필드의 뜨거운 함성에 위축됐다.

엄밀하게 말하면 '염소의 저주'는 컵스를 괴롭히지 않았다.

저주가 내려졌던 그해, 컵스는 1908년 이후 37년 만의 우승을 노리다가 디트로이트에 패했다.

이후 줄곧 월드시리즈에 나가지 못했으니, 어쩌면 컵스는 1945년 이후 두 번째로 '염소의 저주'와 싸워야 한다.

정규시즌 103승 58패로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를 기록한 컵스는 올해가 우승할 가장 좋은 기회다.

컵스는 26일부터 열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월드시리즈에서 1908년 이후 108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연합) 이대호 기자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