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헤모필리아 라이프 팀 유성연 기자] 머지않은 미래에 알약 두 개를 복용하면 1회 주사량과 동등한 효과를 얻는 ‘먹는 혈우병 약’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30일 발간된 학술저널 ‘국제 제약학誌’(International Journal of Pharmaceutics) 11월호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대학 오스틴캠퍼스 화학공학과의 연구팀(생체소재‧약물전달‧재생의학)이 캡슐형태의 먹는 혈우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 오스틴캠퍼스 화학공학과의 니콜라스 A. 페파스(왼쪽에서 다섯번째) 교수 연구팀과 사레나 D. 호라바(오른쪽에서 네번째) 수석연구원

연구팀은 ‘B형 혈우병을 치료하기 위해 혈액인자 Ⅸ을 경구로 전달하는 생분해성 친수성 운반체’라는 제목으로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주요 골자는 ‘마이크로입자’와 ‘나노입자’ 크기의 약물전달 시스템을 설계해서 경구용(먹는약)으로 제 9응고인자를 전달하는 것이다. 특히, 이 약물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에 비해 약가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생분해성 캡슐형태이기 때문에 주사의 불편함을 없앤 혈우병 치료제이다.

과거에도 먹는 혈우병 치료제에 대한 연구소식은 간헐적으로 보고되어 왔다. 그러나 인체의 소화효소를 돌파하지 못하고 응고인자가 소멸해버리는 것이 주요 실패요인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번에 학술지를 통해 보고된 ‘캡슐형태’의 약물은 기존에 실패했던 소화효소들과 접촉하지 않고 치료에 충분한 응고인자를 소장(小腸)까지 도달시키면서 해당 목표부위에서 서서히 방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로 B형 혈우병 환자들을 위한 경구용 휴먼 팩터 Ⅸ 전달 시스템(hFⅨ)을 개발해 특허를 따냈다.

이와관련, 사레나 D. 호라바 수석연구원은 ”경구용 약물전달 기술이 B형 혈우병 환자들에게 혜택을 안겨줄 것“이라며 ”무엇보다 개발도상국 환자들이 가장 큰 수혜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레나 D. 호라바(오른쪽에서 두번째) 수석연구원의 연구실

◇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아직은 모든 연구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몇가지 추가적인 보완점이 돌출됐는데, 그중에 가장 큰 문제로 나타난 것은 “약물의 불안정성”이었다.

체내의 다양한 수소이온농도(pH)에 노출되었을 때 응고인자가 분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게 되면 “단지 두 알의 캡슐로 주사 1회 분과 동등한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더 나아가 호라바 수석연구원은 ”연구를 좀 더 진행해 복용을 필요로 하는 캡슐 개수를 줄이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오스틴캠퍼스 화학공학과의 니콜라스 A. 페파스 교수

◇ ‘먹는 혈우병 약’, 개발 계기는 무엇일까?

“반복되는 혈관주사를 맞아야 하는 혈우 아동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이번 연구의 공동연구자 페파스 교수는 지금으로부터 약 9년 전 일을 떠 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이 프로젝트의 원래 생각은 당시 생물의학 공학교수였던 리사 브래넌 페파스 박사와 함께 ‘질병의 부작용이 어머니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에 관해 논의 할 때부터 였다.”라고 말했다. 

특히, 혈우병을 가진 아동이 정맥주사로 고통을 받고 있는 장면에서 그는 혈우병 어린이가 치료를 위해 “이틀에 한 번씩 ‘정맥주사’하는 것이 너무나도 고통스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사실, 환자들과 대면하면서 치료를 돕는 간호사들도 혈관 찾기가 어려운 환자일 경우에는 매우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혈우병 통증으로 진통을 호소하는 아이에게 자칫 여러 차례 주사바늘을 찔러야 할 경우, 말할 수 없는 미안함이 들게 된다.

   
▲ 리사 브래넌 페파스 박사

심지어는 어떤 환자들은 혈관이 잡히지 않아 인공혈관 시술(카테터)을 하는 경우도 있고, 자가주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치료제를 보관하고 있어도 치료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페파스 교수의 연구가 시작된 것이다. 

한편, 이번 연구팀은 국립 보건원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플레처 S. 프랫 (Fletcher S. Pratt) 의장, 국립과학재단 대학원 연구 펠로우쉽 프로그램, PEO 학술상 및 유타주 오스틴학부 연구 펠로우쉽 (Austin Undergraduate Research Fellowship)의 기금을 받았다. 아울러 지속된 연구를 통해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나아가 FDA 허가를 얻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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