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까지 문을 열고 공연하는 문화공간들이 늘고 있다. 주로 심야영화에 국한됐던 것에서 미술 전시와 연극, 서점까지 야간 개장이나 심야 공연이 확대되고 있다. 평일에 느긋하게 공연장 등을 찾을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이 주요 타깃으로, 관객층을 넓히는 시도 중의 하나다.

▲ 디뮤지엄 전경[디뮤지엄 홈페이지 캡처]

대림미술관은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대림미술관의 분관인 한남동 디뮤지엄은 금요일과 토요일에 밤 8시까지 야간 개관을 한다. 디뮤지엄은 전시 마지막 주에는 한 주 내내 야간 개관을 한다.

디뮤지엄 관계자는 "직장인들이 평일 6시에 문을 닫는 미술관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에서 관객들이 좀 더 편하게 미술관을 찾을 수 있도록 한 취지"라면서 "해외 미술관 중에는 평일에 하루 정도 밤 8시까지 운영하는 곳이 꽤 있다"고 말했다.

디뮤지엄은 27일에는 자정까지 미술관의 문을 여는 '슬립리스 나잇'(SLEEPLESS NIGHT) 행사를 마련했다. 밤 9시부터 '유스-청춘의 열병' 전시를 보면서 맥주와 함께 일렉트로닉 뮤지션의 퍼포먼스 등을 즐기는 행사다. 이 전시는 '청춘문화'(유스컬처)를 주제로 사진, 영상 등을 소개하는 전시로 지금까지 20만명 정도가 찾을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서울 강남의 K현대미술관은 경쟁대상을 영화관으로 설정했다. 화∼목요일에는 밤 10시까지, 금∼토요일에는 오후 11시까지 문을 연다.

K현대미술관은 주변의 일일 유동인구를 9천여명으로 추산하고 주중 3천명, 주말 6천명만 들른다면 미술관의 존속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현대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관 주변에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식당들도 많아 야간 개관을 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판단했다"라며 "개관 초기라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도 소규모 단체 모임을 하는 직장인을 중심으로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 한남동 디뮤지엄 '슬립리스 나잇' 홍보 이미지

심야 연극도 등장했다. 국립극단은 서울 서계동 소극장 판에서 6월2일과 9일 금요일 밤 9시30분에 연극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를 공연한다. 공연 시간은 100분으로 밤 11시10분에 공연이 끝난다.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 공연에 앞서 오후 7시30분에는 연극 '용비어천가'가 공연돼 연극 두 편을 연속해 볼 수도 있다.

▲ 소극장 판[국립극단 홈페이지 캡처]

국립극단은 심야 공연을 보는 관객들을 위해 극장 앞마당에 간단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무알코올 음료도 제공할 예정이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기존 평일 저녁 8시에 시작하는 공연은 직장인들이 찾기에는 시간이 빠듯할 수 있지만, 금요일 밤 9시30분 공연은 주말을 앞두고 있어 늦게 끝나도 부담이 없을 것"이라며 "연극을 자주 관람하지 않았던 관객들에게 금요일밤의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해 새로운 관객층을 개발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국립극단은 반응이 좋으면 향후 야간 공연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계획이다.

이밖에 서울 해방촌의 작은 서점들은 부정기적으로 자정까지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 '심야 책방'을 열고 있다.

지난해 6월 처음 시작된 심야책방은 퇴근 후 서점을 찾고 싶었지만 찾기 어려웠던 고객이나 밤에 조용히 책을 보고 싶은 고객, 책방 운영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고객들을 위한 행사다. 이달 10일에도 고요서사, 스토리지북앤필름, 별책부록 등 개성을 지닌 동네 서점 3곳이 자정까지 영업하며 고객을 맞았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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