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발이 돼주는 마을버스는 수명이 10년이다. 10년간 정해진 길을 따라 기점과 종점을 오가며 달린 뒤에는 폐차되거나 수출되는 운명을 맞는다.

여행작가 임택(57)씨는 5년 전 그런 마을버스를 보고 문득 다람쥐 쳇바퀴 같았던 자신의 인생과 마을버스가 닮아있다고 느꼈다. "나도 이대로 (마을버스처럼) 끝나는 것일까"라는 두려움이 들었던 작가는 불현듯 낡은 마을버스와 세계여행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이후 폐차 직전의 마을버스를 구입해 세계여행 준비에 나섰다. 마을버스에는 버스회사 이름을 따 '은수'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동료 2명과 함께 2014년 10월 페루에서 시작된 여행은 2016년 9월 러시아에서 마무리됐다.

▲ 마을버스 '은수'와 함께 한 여행작가 임택[임택 페이스북]

최근 출간된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메디치 펴냄)는 임씨가 '은수'와 함께 한 48개국 677일간 여행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여행은 온갖 사건의 연속이었다. 낡은 마을버스 '은수'는 달리다 멈추다를 수없이 반복했고 에콰도르에서는 휴대전화를 도둑맞아 강도와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멕시코에서는 아이들이 예뻐 찍은 사진 몇 장 때문에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유우니 사막에서는 모래폭풍을 만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은 즐거움의 시간이기도 했다.

"참 아이러니한 게 가장 어려움이 있었던 시간이 가장 즐거운 시간으로 추억으로 남았어요. 아무 연고도 없었는데 어려운 상황들을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위로해줬던 현지인들이 있었어요. 그들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저를 가장 행복하게 했어요."

임씨의 세계여행은 오랜 꿈의 결실이기도 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여행작가를 하는 것이 꿈이었지만 가정을 이루면서 꿈을 잠시 접었다. 대신 50살이 되면 여행작가로서 인생 2모작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정을 꾸려야 해서 꿈은 사라지고 생활에만 몰두하게 됐죠. 그러나 여행작가의 꿈을 펼쳐야겠다는 생각은 늘 했어요. 처음 휴대전화를 장만했을 때 뒷자리 번호를 '5060'으로 정했어요. 50대와 60대가 되면 꼭 여행작가를 하겠다는 생각에서요. 50세까지는 열심히 일해 가정을 안정시키고 이후에는 여행작가 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했죠."

임씨는 실제 50세가 되자 운영하던 회사를 정리했다. 평소 그의 뜻을 잘 알고 있었던 가족들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를 격려하고 축하해줬다. 아내는 여행작가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헤매던 그에게 여행작가 교육과정을 알아봐 주기도 했다.

세계여행을 마친 그에겐 아직 꿈이 남아있다. 하나는 '은수'를 타고 북한을 통과하는 것이다. 임 작가는 "북한을 통과해야 진정한 세계 일주가 완성된다"면서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또 다른 계획은 내년 3월 북극에서 남극까지 자동차 종단이다. 청년들과 함께 떠나는 프로젝트로 계획 중이다.

임 씨는 "여행을 떠나고 나서 청년이 돼서 돌아온 것 같다"면서 "도전을 하는 한 나는 청년"이라고 말했다.

"꿈은 나이가 많고 적음과 관계가 없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꿈에 도전하는 사람은 누구나 청년이 될 수 있습니다". 280쪽. 1만5천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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