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 기자] 미숙아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미숙아 분유보다 기증 받은 모유가 미숙아를 정상 영양상태(완전장관영양)에 더 빠르게 도달하게 하며, 각종 합병증 빈도를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성훈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2011∼2016년 사이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했던 미숙아 90명을 대상(몸무게 1.5kg 미만)으로 '기증 모유'와 '미숙아 분유'의 유용성을 영양 상태와 질환 발생 측면에서 비교한 결과, 기증 모유가 상대적으로 효과가 우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미숙아 90명 중 36명에게는 모유은행에서 기증받은 모유를, 54명에게는 미숙아 전용 분유를 각각 먹였다. 수액은 따로 놓지 않았으며, 구강 수유만으로 정상 영양상태(완전장관영양)에 도달하는 기간을 살폈다.

기증 모유를 먹인 미숙아는 완전장관영양까지 도달하는 데 29일이 걸린 반면 분유를 먹인 미숙아는 두 배나 긴 52일이 소요됐다. 입원 기간도 기증 모유를 먹은 그룹이 10일 정도 더 짧았다.

미숙아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후기발병패혈증'이나 '괴사성 장염'의 발병률도 분유 그룹의 38.9%, 모유 수유그룹이 2.8%로 훨씬 낮았다.

또 가장 심각한 만성 합병증 중 하나인 '기관지폐이형성증' 발생률도 분유 그룹(70.%), 모유수유 그룹이 36.1%로 큰 차이를 보였다.

다만, 기증 모유의 열량이 낮아 모유를 먹은 미숙아에서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느렸다. 하지만 미숙아가 완전장관영양 상태에 도달한 후 모유 강화제와 분유를 섞어 열량을 먹이자 36주 후의 키와 몸무게는 두 그룹 간에 차이가 없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정성훈 교수는 "미숙아에게 기증된 모유만 수유해도 분유를 먹는 미숙아보다 입원 기간이 짧아지는 것은 물론 각종 합병증의 빈도도 감소함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기증 모유의 이런 이점을 잘 살리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유은행은 모유가 남는 산모에게서 기증받은 모유를 살균 과정을 거쳐 인터넷이나 전화로 신청한 산모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가격은 분유와 비슷하다. 그러나 국내에서 모유은행을 운영하는 대학병원은 강동경희대병원이 유일하다. 저온멸균과 검사작업 등에 많은 돈이 들어가다 보니 늘 적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모유를 원하는 산모가 늘고 있지만, 기증자는 이에 못 미치는 형편이다.

2015년 기준으로 보면 이 병원의 모유 기증자는 연간 153명이었지만, 모유 신청자는 230명에 달했다.

이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메디슨(Medicine) 최근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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