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오 기자] 경찰공무원이 다른 직군의 공무원보다 급성심근경색 발병 위험이 1.8배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양대병원 직업환경의학교실 김인아 교수팀은 연세대·서울대 연구팀과 함께 2002∼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빅데이터에 등록된 공무원 86만221명(평균나이 35.6세)을 대상으로 직군별 질병 위험도를 비교 평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급성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에 혈액공급이 중단돼 심근 세포가 죽는 질환이다.

이번 추적조사는 평균 11.6년에 걸쳐 이뤄졌다. 조사 대상 공무원 직군은 국가·지방직 일반 공무원이 47.1%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교육공무원 39.4%, 경찰공무원 10.8%, 소방공무원 2.7% 등의 순이었다.

연구 분석 결과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은 비교 대상인 국가·지방직 일반 공무원에 견줘 과로사(돌연사)를 부를 수 있는 질병 발생률이 높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찰공무원은 급성심근경색 위험이 1.84배, 협심증 1.52배, 뇌혈관질환 1.36배 등으로 가장 높게 평가됐다. 소방공무원도 같은 비교 조건에서 발병 위험이 급성심근경색 1.21배, 협심증 1.06배였지만 경찰관에는 미치지 않았다.

특히 경찰관은 '이상지질혈증' 발생률이 비교 대상 공무원 중에서 가장 높았다.

혈액 내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이상지질혈증은 혈액의 점도를 높이고 중성지방이 혈관 벽에 쌓여 혈액의 흐름을 막으면 동맥경화,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목되는 건 소방관의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도가 국가·지방직 일반 공무원의 1.4배로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화재 현장에서 겪는 부상, 스트레스 등이 소방관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경찰관과 소방관은 다른 공무원 보다 만성질환에 속하는 소화성궤양과 부상으로 인한 입원, 요통, 요추간판탈출, 어깨질환 위험도 높았다.

연구팀은 경찰관과 소방관의 긴 근무 시간, 야간 근무 및 수면부족, 업무상 스트레스 등이 다른 공무원보다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했다.

김인아 교수는 "경찰과 소방관이 감정노동과 스트레스, 트라우마, 야간노동 등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특히 경찰의 경우 치명적일 수 있는 심뇌혈관질환의 발생률이 높은 만큼 위험 요인을 줄이기 위한 별도의 예방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BMJ가 발간하는 온라인판 학술저널 'BMJ 오픈(Open)'에 최근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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