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전쟁도 평화도 아닌 기형적인 정전체제가 유지된 지 27일이면 벌써 65년이 된다. 전쟁을 끝내는 '종전'이 아니라 '멈춘다'는 정전체제가 이렇게 오래갈지는 아무도 몰랐다. 법적으로 6·25전쟁이 끝나지 않은 비정상적 체제는 하루속히 종식돼야 한다. 이는 진정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출발이기도 하다.

다행히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싱가포르에서 6월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약속했다. 낙관하긴 이르지만 정전체제의 조기 종식에 남북은 물론 주변국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전쟁이 남긴 상흔이 여전히 깊기에 앞으로의 길이 짧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사적 대전환점에 서 있다. 비핵화와 안전보장이 핵심인 북미 간 협상의 출발점 또는 초기 단계에서 전쟁을 끝내자는 정치적 선언을 해보자는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신뢰구축 방안도 된다. 법적 성격을 최소화한 정치적 선언을 한다면 일각의 우려처럼 군사안보 태세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고,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이다.

청와대는 종전선언과 관련해 "형식과 시기 모두 열어놓은 상태로 관련한 논의를 당사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4·27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연내 종전선언'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이 문제도 비핵화와 안전보장을 둘러싼 북미 협상의 진전 여부에 좌우될 것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기다릴 수만도 없다.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현 국면의 돌파를 이끌고 나가야 한다.

다음 달 초 남·북·미·중 외교수장들이 모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무대를 통해 의견을 우선 모으고, 9월 유엔 총회에서 남북한 및 관련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해 6·25전쟁의 종식을 공식 선언한다면 역사적 장면이 될 것이다. 정부는 모든 채널을 통해 북한, 미국과 접촉하며 조속한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 '끝나지 않은 전쟁'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가 됐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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