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인 노동소득분배율이 20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국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15일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리뷰 8월호에 실린 '소득불평등 지표 변동 원인에 대한 거시적 분석' 보고서를 보면 OECD 주요 20개국의 평균 노동소득분배율은 지난 1996년 63.22%에서 2016년 61.15%로 2.07%포인트 하락했다.

주요 20개국의 평균 노동소득분배율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7년 이전까지 약간의 하락세를 보이다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잠시 반등했지만, 그 이후 다시 60% 수준으로 반락했다.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 66.12%에서 2016년 56.24%로 9.88%포인트 하락해 분석대상 OECD 20개 회원국 중 낙폭이 가장 컸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같은 기간 독일에서는 5.39%포인트, 프랑스에서는 0.76%포인트 하락했고, 일본(1996∼2015년)과 미국(1998∼2015년)에서는 각각 5.67%포인트, 3.76%포인트 하락했다.

반면에, 영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 잠시 하락한 이후 상승추세를 보여 1996년 57.79%에서 2016년 63.25%로 5.46%포인트 상승했다.

분석대상 OECD 20개국 가운데 노동소득분배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일본(2015년 기준 53.76%)으로 나타났고, 그리스(2015년 기준 55.28%), 한국(2016년 기준 56.24%), 이탈리아(2016년 기준 56.79%)가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자영업자의 소득은 법인부문에서와 같은 비율로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으로 분리된다는 가정을 적용해 노동소득분배율을 측정했다. 이는 경제 전체의 노동소득분배율이 법인부문의 노동소득분배율과 같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OECD 평균에 비해 5%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이라며 "이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2018년 기준 90조원 정도의 막대한 액수로, OECD 평균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노동소득이 지금보다 90조원 많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소득분배율에 이론적 임계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낮을 경우 '저축-투자-소비' 혹은 '총공급-총수요'의 선순환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암시한다"면서 "노동소득은 총수요의 원천이며, 미래수요에 대한 전망이 원활한 공급을 유도하고 자극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소득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가계소득분배율은 노동소득분배율과 유사한 흐름을 보여준다.

두 비율 모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량해고, 임금삭감, 기업과 자영업자의 구조조정과 파산 등으로 급격히 하락한 뒤 몇 년간 안정됐다가, 다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2009∼2010년 사이 또 한차례 급락했다. 이후 최근 몇 년간 반등했다가 2016년에는 반등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주 교수는 "비정규직 비율이 낮을수록, 최저임금 상승률이 높을수록 노동소득분배율과 가계소득분배율이 개선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가구별 소득분배지표인 지니계수 개선율은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규모가 중요한 결정요인인 만큼, 조세부담률을 올리고 사회복지지출을 늘리는 게 평범한 진리"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