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일가족 4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의심받는 30대 남성이 24일 오후 범행 장소인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 범행도구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들고 가는 장면이 아파트 CCTV에 잡혔다. [부산경찰청 제공]

[정우현 기자] 부산에서 일가족 4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용의자는 일가족 중 손녀와 교제하다 헤어진 남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용의자 신모(32)씨가 일가족 중 손녀인 조모(33)씨와 교제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신씨는 지난 24일 오후 부산 사하구 장림동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전 여자친구인 조씨와 조씨의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는 범행 후 집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신씨가 24일 오후 4시 12분께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하고 범행 도구가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큰 가방을 든 채 아파트로 들어오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했다. 신씨는 아파트 출입 카드가 있었던 듯 입구를 통해 쉽게 들어가는 모습이 나온다.

신씨가 아파트에 침입하기 전 당시 집에는 조씨의 아버지가 있었고, 이후 1~2시간 뒤 어머니와 할머니가 귀가했다. 조씨는 약 8시간 뒤인 25일 자정께 집에 도착한다.

신씨는 이들을 순차적으로 살해한 뒤 조씨의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의 시신은 화장실로 옮기고 비닐, 대야 등으로 가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이 흉기와 둔기 등으로만 살해된 데 반해 조씨에게는 목을 조르고 둔기와 흉기 모두를 이용해 범행하는 등 잔인하게 살해한 상태로 거실에 그대로 방치했다.

신씨는 범행 다음 날인 25일 오전 9시 50분께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신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사용한 질소가스통을 인근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에서 가지고 올라간 것이다. 신씨가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긴 시간을 시신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신씨가 지난해 10월경 조씨와 함께 신씨 부모님 집에서 한 달간 동거했다고 밝혔다. 당시 가족들은 이웃들에게 신씨를 '사위'라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이후 경남 양산에 전세방을 구해 올해 8월까지 조씨와 함께 살다가 헤어졌다.

조씨의 유가족들은 "신씨가 조씨와 헤어진 뒤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신씨가 들고온 가방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둔기와 전기충격기, 신씨가 자살할 때 쓴 도구 등을 포함해 56종의 물품을 확인했다.

또 범행 전 신씨가 집에서 컴퓨터로 아파트 일대 방법용 CCTV 위치를 확인하고 전기충격기 사용방법 등을 검색한 기록도 확보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헤어지면서 조씨가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떤 연유인지는 추가 수사를 통해 밝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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