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주택이나 고액 예금을 갖고 있지만,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미성년자를 주요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주택보유자, 부동산임대업자, 고액 예금 보유자 등 조사 대상자 204명 대부분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다.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미성년 자녀들에게 부를 대물림하려는 세태에 국세청이 칼을 빼든 것이다. 국세청은 미성년자 보유 주택과 주식 자료를 바탕으로 세금 신고 내용 등을 전수 분석해 탈세 혐의가 짙은 사람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조사 대상에는 부모에게서 현금을 받아 주택을 산 것으로 의심되지만 상속세나 증여세를 내지 않은 미성년자 19명이 포함됐다. 부동산 임대소득을 올리면서 임대자산을 마련한 돈의 출처가 불분명한 미성년자 22명, 수억 원의 고액 예금이 있지만, 상속·증여 신고 내역이 없는 미성년자 90명, 주식을 이용해 미성년자에게 경영권을 편법 승계한 것으로 의심되는 73명도 국세청의 현미경 조사 대상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4억원 짜리 아파트 2채를 가진 유치원생과 9억원 짜리 아파트를 산 고등학생도 있었고, 16억원을 증여받아 모친과 공동으로 오피스텔을 산 뒤 자신의 지분을 초과한 임대소득을 챙기던 고등학생도 있었다. 임직원들에게 명의신탁한 주식을 자신의 손주에게 파는 척하며, 우회증여를 통해 경영권을 편법승계한 사주도 있었다. 

자본주의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사유재산권 인정이다. 합법적인 부의 축적을 존중해주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더 나아가 자신이 노력해서 이룬 부를 자식에게 물려 주고 싶은 것도 인지상정이다. 이런 정당한 이윤추구와 사적 욕망마저 없다면 자본주의의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 것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은 부의 대물림은 '불공정 사회'의 출발점이다. 증여세나 상속세를 제대로 내고 재산을 물려주더라도, 부자들의 자녀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비교할 때 앞선 출발선에 서게 된다. 그런데도 탈법적으로 부를 대물림하려 든다면 누가 인정하려 하겠는가. 우리가 추구하는 '공정사회' 구현과 점점 더 멀어질 뿐이다. 

국세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변칙적이고 탈법적인 '부의 대물림'을 엄단해야 한다. 미성년자 보유자산을 상시 분석해 탈세 혐의가 발견되면 세무조사를 통해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국세청 관계자의 발표가 단순한 말이 아닌 시스템으로 작동하길 바란다. 공기업과 금융권 채용 비리,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혐의 등으로 최근 우리 사회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 많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박탈감을 느끼는 취업준비생들도 넘쳐난다. 당국이 탈법적 부의 대물림 단속에 조금이라도 허점을 보이면 이들의 허탈감은 그만큼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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