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이후 침묵하던 북한 매체들이 12일 약속이라도 한 듯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일제히 밝히고 나서 눈길을 끈다.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입장' 제목의 기사에서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북미)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일 오전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인 홍서헌 김책공업종합대학 총장에게 투표하기 위해 이 대학에 마련된 투표장을 찾았다고 조선중앙TV가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학생들의 환호를 받으며 박수치는 모습. 2019.3.10

이어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앞으로도 긴밀히 연계해 나가며 하노이 수뇌회담에서 논의된 문제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 나가기로 하시었다"며 '결렬'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다른 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도 외무성 부원 필명으로 같은 내용을 담은 '우리의 확고한 입장' 제목의 글을 실었고, 전날에는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도 2차 북미회담을 높이 평가하며 양 정상이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시며 작별인사를 나누시었다"고 언급했다.

이런 표현은 북미대화 국면이 개시된 이후 북한 매체들이 빈번하게 사용해온 것이지만, 회담 결렬 이후 북한 매체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달 1일 조선중앙통신이 하노이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회담들에서는 조선반도의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평화를 추동하며 완전한 비핵화를 위하여…"라고 언급했지만, 이후 조선중앙TV 보도에는 해당 문장이 아예 삭제된 바 있다.

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와 격이 다르지만, 이들 선전매체 역시 보도 내용에 북한 당국의 의중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베트남 귀환 후 공개활동을 재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 총력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대내적으로 밝힌 데 이어 나온 입장이어서 북한 내부적으로 입장 정리가 어느 정도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회담 결렬 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 가능성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세를 급격하게 악화시키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던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전체적인 북미협상 판은 깨지 않으면서도 '단계적 동시행동'에 대한 입장을 쉽사리 번복하진 않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 북한 매체들, 회담 결렬 후 '완전한 비핵화' 첫 언급(연합뉴스) 사진은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이 '외무성 부원 리현'이라는 필명으로 6·12 북미공동성명 전문 사진과 함께 홈페이지에 게재한 '우리의 확고한 입장' 제목의 글이다.

통일신보는 전날 '옳은 주견과 배짱을 가지고 임하여야 한다' 제목의 글에서 미국에 제안한 '영변 폐기와 일부 제재 해제'안을 언급, "두 나라 사이의 신뢰조성과 단계적 해결원칙에 따라 가장 현실적이며 통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 당국자들은 정치적 반대파들의 부당하고 파렴치한 주장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주견과 배짱을 가지고 조미관계의 새 역사를 개척하며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바라는 인류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지휘소훈련(CPX)인 키리졸브(KR)를 대체한 새 한미연합훈련인 '19-1 동맹' 등에 대해 "조미, 북남 사이에 신뢰구축과 관계개선을 확약한 이상 대결과 전쟁의 불씨이며 근원인 온갖 형태의 북침전쟁연습들은 일시중단이나 축소가 아니라 완전히 중단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