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21일(현지시간)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을 제재하고, 북한과의 불법 환적 등을 한 의심을 받는 선박들을 무더기로 추가한 북한의 불법해상 거래에 대한 주의보를 갱신해 발령했다. 미국의 독자 제재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달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 북한이 협상중단 가능성을 경고하며 긴장을 높이고 있음에도 미국은 최대 압박 기조를 유지하며 빅딜 접근을 관철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에는 선박 간 불법 환적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및 각국 선박 95척의 명단에 한국 선적 선박 1척이 포함됐다. 한국 선적 선박이 이 주의보 대상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해당 선사 측은 이미 지난해 9∼10월 대북거래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의 조사를 받았고, 그 결과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선사 해명대로라면 이미 의혹이 해소됐는데 주의보에 명단이 오른 것이 된다. 하지만 작년 조사 이후 또 다른 의심이 제기돼 명단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해당 선박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위반 여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하니 이 조사를 지켜보면 사실은 분명해질 것이다.

하지만 한국 선적 선박이 주의보 명단에 처음 오른 것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주의보가 제재도 아니고 기술적으로 발령 대상을 정하는 측면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미국 정부가 동맹국 선박을 주의보 명단에 올린 것은 여러 의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북제재 이행의 구멍을 막는 문제에 있어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 미국의 이번 조치에 담긴 메시지라는 분석이 우선 나온다. 안보리 제재결의 상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2017년 국내에 반입된 사실이 작년에 적발돼 파문을 일으킨 적도 있다. 한국에서 제재에 구멍이 발생한다는 오해를 받아서는 결코 안 되기에, 이번 일을 계기로 대북제재 이행 시스템 전반을 다시 점검해 볼 필요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북정책에서 독자 행보를 하지 말라는 한국 정부에 대한 경고 메시지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제재 강화 기조와, 남북경협을 통해 북미협상 촉진을 견인할 수 있다는 한국 정부 사이에 엇박자 발생 우려가 제기되어 온 상황에서 우리 정부 대북정책 전반에 견제구를 던진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그런 차원이라면 이번 건을 가볍게 볼 일이 결코 아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막후 채널을 맡았던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 등이 최근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핵 협상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미 간의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반도 정세가 중요한 갈림길에 선 지금, 한미 간의 더 긴밀한 공조 노력이 펼쳐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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