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한 병원에서 시민들이 독감예방접종 주사를 맞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남오 기자] 올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70여 명으로 늘어났다.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0∼2021 절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시작한 이후 이날 0시까지 접종 후 며칠 이내에 사망한 것으로 신고된 사례는 총 7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6일 집계된 59명보다 13명 늘었다.

사망자의 연령대를 보면 70대·80대 이상이 각각 31명, 70대 이상이 86.1%, 60대 미만 8명, 60대 2명이다.

사망자 발생 시기를 보면 이달 19일까지는 1명, 19일부터 25일까지 59명, 26일 이후 12명 등으로 나타나 만 70세 이상 어르신 무료접종이 이뤄진 셋째 주에 신고가 집중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12명, 경남 10명, 경기·전남 각 8명인 가운데 이들 4개 지역에서 나온 사망자는 총 38명으로, 전체 사망신고의 55%에 달했다.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까지 이른 시간을 보면 이틀 즉, 48시간 이상인 경우가 42건(58.3%)으로 가장 많았다.

 

같은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례가 2명 이상 보고된 제조번호(로트번호)는 총 19건으로, 관련한 사망자를 합치면 총 48명이었다. 다만 전문가 검토 결과,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은 인정되지 않았다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질병청은 "오늘 열린 피해조사반 신속대응 회의에서 추가 사망 사례 25건(명)을 분석한 결과 모두 사망과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25명 가운데 백신 접종 후에 나타날 수 있는 급성 이상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없었고, 또 같은 제조번호의 백신을 같은 날 맞은 접종자에게서 중증 이상 반응이 나타난 사례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청은 "(오늘 25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검토한 71건의 사례 모두 사망과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은 매우 낮아 백신 재검정이나 국가예방접종사업 중단을 고려할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이날까지 사망자 72명 가운데 40명에 대해서는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부검을 마쳤다. 31명은 부검을 시행하지 않았으며 1명은 부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검을 시행한 40명 모두 접종 부위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

1차 부검 소견만으로 사인을 확정할 수 있는 사례는 총 11명으로 대동맥 박리, 뇌출혈, 폐동맥 혈전색전증, 장폐색 등의 증상이 확인됐고 나머지 29명은 추가 검사가 진행 중이다.

질병청은 "부검하지 않은 31명은 기저질환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천식, 만성신부전 등을 갖고 있었으며 임상적으로 기저질환의 악화로 인한 사망 및 다른 원인에 의한 사망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사망자들은 7개 회사에서 제조된 독감 백신 제품을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청은 "백신 원액과 제조사별로 접종 건수 대비 사망 신고를 비교하면 사망자들이 접종한 백신은 특정 원액이나 특정 제조사에 편중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 같은 접종 기관에서 독감백신을 접종한 사례 또한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백신의 원액은 총 5개 종류로,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보고된 원액 종류는 4개다.

▲ 예방접종 주의사항[질병관리청 제공]

질병청 관계자는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인과성을 배제할 수 없는 중증 이상 반응이 2건 이상 발생할 경우에는 백신명과 제조번호 등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질병청은 "올해 독감 유행 수준은 예년보다 낮고 유행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예방접종을 너무 서두르지 마시고 건강 상태가 좋은 날에 접종받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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